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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예르! 이예르폴!] 담백한 분위기의 착각계 판타지
작품리뷰  |  2021.03.14 15:53
  븩토네스크  |  조회수 : 644회 (중복포함)

※ 리뷰글 주제에 쓸데없이 긴 글입니다. 또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작성되었으므로 정신오염에 유의 바랍니다.




글을 쓰는 사람 치고 글을 읽기 싫어하는 사람은 적기 마련입니다.

있다면 꽤 엄청난 괴짜일 테고, 적어도 저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 자부합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일단 취미 란에 당당히 적을 정도로는 독서를 좋아한다는 소립니다.



당연히 그 날도 별 생각 없이 읽을거리를 찾느라 스크롤을 내리다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습니다.


[오, 이예르! 이예르폴!]


젠장.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던 겁니다.



길을 가다가 전도하는 아주머니께 포착당했을 때도 이런 기분은 아니었을 테지요.

그렇습니다.
사실 당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어릴 적에 길거리 전도를 해본 경험은 있으나,
세상의 섭리에 따라 때리는 놈은 맞는 놈 기분을 모르는 법입니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얻어맞은 건 참 드문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제 변명을 좀 들어보십시오.

어떻게 저 제목을 보고 그냥 넘어갈 수가 있습니까?

예로부터 진정표를 보고 울지 않으면 효자가 아니고, 출사표를 보고 울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판타지를 좋아한다는 양반이, 당장이라도 음유시인이 썰을 풀 것만 같은 저 문장을 어떻게 무시할 수가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지금은 일러스트가 있지만 이전만 해도 그저 배경에 제목이 박혀있던 표지였습니다.

젠장. 저 자기주장을 보란 말입니다.

이건 총만 안 들고 돈만 안 뺏었지 강도입니다.

그 시점에서 이미 강도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지만,
아무튼 사람 홀리는 뭔가가 있었다는 소립니다.



그리고 소개글.
당연히 다른 소설이 그렇듯이 소개글이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자고로 짧고 굵은 게 미덕입니다.

반면에 이 소설의 소개글은 서문을 빼다박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소설 서문 내용이 맞습니다.


저는 소개글이 너무 길면 앞부분만 슥 훑고 자연스레 뒤로가기를 누르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말했듯이 이 소설 소개글은 서문을 박아뒀습니다.

그러니 대충 보고 뒤로가기를 누르는 게 맞는데…….


…그렇습니다. 취향 저격을 당했지요.


본래 소설이라는 게 취향을 많이 타는 법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서문 중에 마음에 드는 걸론 열 손가락 안에 꼽습니다.

취향 저격을 당했다는 것 치고 평가가 너무 짠 게 아니냐 생각이 든다면
그 위에 있는 게 허클베리 핀의 모험, 눈물을 마시는 새, 늑대와 향신료 등등이라는 걸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아무튼 아주 사악한 작가임이에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읽으라고 시위를 하는 데 어떻게 넘어갈 수가 있단 말입니까.

젠장.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물론 이 소설은 우리를 그런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이예르폴의 별명은 맹인 검사이기 때문이지요.



그렇습니다.
일단 주인공 눈깔부터 뽑고 시작하는 작품입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눈알은 잘 간수하고 있습니다만 아무튼.



그러나 주인공의 눈알 유무와는 무관하게 시작이 독특한 작품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당돌하다고 해도 좋습니다.



이 작품의 도입부에는 주인공의 탄생 과정이 없습니다.
웹소설에서는 은근히 보기 드문 케이스지요.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웹소설은 주인공의 탄생과 동시에 소설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생물학적 탄생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본질적인 탄생입니다.


이세계물이라면 전이 내지는 전생하는 시점부터.
TS물이라면 성전환이 되기 직전 내지는 직후.
헌터물이라면 각성을 전후하여.


그게 쓰기 쉽고, 이해하기도 쉽고, 이입하기도 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이예르폴의 탄생과 함께 시작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모험가인 주인공의 의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마저도 첫 의뢰, 중요한 의뢰도 아닙니다.
대충 1587번째 의뢰쯤 되겠다 싶습니다.



이예르폴은 아무리 낮게 잡아도 꽤 많은 부분에서 완성된 인물입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 작품은 주인공 개인의 성장보다도 주변 인물과 사건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옴니버스니 피카레스크니 하는 그럴싸한 표현이 있지만 저는 그런 거 잘 모르니 패스하겠습니다.



아무튼 이 소설은 적어도 지금까지 연재분을 보면 여러 사람이 주인공과 만나고, 그 경험을 통해 조금씩 변화해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 해서 막 엄청 무겁고 문학적 소양이 필요하고 그런 건 아닙니다.


완성형 주인공이 이런저런 일에 휘말리면서 주변 인물들의 역경과 고뇌에 초점이 맞춰지는 구성.
그게 극한으로 묘사된 예시가 바로 '원펀맨'입니다. 가볍게 보기 좋은 작품이지요.


개인적으로 글에서 느낀 분위기로는 '그 판타지 세계에서 사는 법'이라는 네이버 웹툰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만…
아주 명작인데 아마 본 사람은 꽤 적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감스럽게도 거의 항상 아래쪽에 박혀있던 작품이었거든요.



아무튼 비교적 가벼운 마음가짐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소설이란 겁니다.


실제로도 다른 거 다 빼고 내용만 대충 요약하면,
"나름 실력이 있고 우수한 동료도 있던 주인공이 모종의 계기로 일선에서 물러나
슬로우 라이프를 구가하려 했으나 어쩌다보니 본의 아니게 이런저런 일에 휘말린다"라는 내용이 됩니다.

이렇게만 정리하니 어디 라노벨에서 본 것 같은 설정이로군요.
물론 앞서 말했듯이 엇비슷한 내용도 화법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일단 "우오오옷!" 소리 튀어나오는 과도한 주인공 띄워주기가 없는 시점에서 평작 이상이긴 합니다만.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이 작품에는 분명히 착각물 태그가 붙어 있었는데 말입니다.

주인공을 띄워주기가 없는 착각물?

물론 착각물 태그가 붙어있는 이상 띄워주기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만 결코 과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착각물의 맛이 그리 진하지 않습니다.


착각물의 요소라고 함은 주로 인성 혹은 실력에 대한 주변 인물들의 착각입니다.

이게 극대화되면 이상하리만치 실력이 과대평가 되거나,
본인은 악행이라고 저질렀던 게 선행 취급을 받기도 하며 생기는 아이러니가 주요한 재미입니다.

물론 오히려 과소평가 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보통 그러면 웹소설에서는 고구마 소리 듣고 까이더라고요.


그런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면 이 소설은 꽤 담백한 착각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충 다른 작품이 10이 100으로 부풀려진다고 하면, 이 작품에서는 80-90이 100으로 부풀려지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착각이 가미된 후의 절대값 자체도 그리 크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바라보는 주인공의 실력 평가는 대도시 A의 실력자.
그것도 독보적인 게 아니라 유명한 다섯 명 중 하나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그나마 많이 부풀려지는 것은 인성적 측면인데 이것도 결코 거슬리는 수준은 아닙니다.

이예르폴은 이른바 선량한 소시민이라고 하기에 적합한 인물입니다.

자기 이익에 충실하되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남을 도와주는, 얼추 그 정도쯤 됩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착각물 자체의 아이러니함은 옅지만 반대로 과도하게 띄워줘서 불쾌하지도 않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주인공이 이 정도 평가는 충분히 받을 법 하다고 수긍할 수 있습니다.



착각물 태그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하렘 태그도 붙어있는 작품입니다.

일단 외치고 시작합시다.
하렘! 크고 아름다운 하렘!

…뭐, 그렇다고 해도 일단 지금 시점에서는 이 부분을 평가하기 조금 애매합니다.

히로인의 조짐이 보인다 싶은 캐릭터들은 있습니다만 아직 각각의 관계가 어떻게 돌아갈지는 의문이네요.

19금 딱지가 붙어 있는만큼 떡신도 존재는 합니다만,
작가 분 말을 들어보면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몰입을 깬다는 평가도 있어서 특정 화에 몰아서 쓰겠다는 듯 합니다.

즉, 아마 앞으로도 읽든 읽지 않든 상관 없는 내용으로 전개될 것 같네요.

만약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딱 15세 할리우드 영화 정도의 느낌일 겁니다.

남녀가 끌어안고 침대에 넘어지며 씬이 끊기고, 다음 씬에서는 서로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아침을 맞이하는… 뭐, 대충 그런거?


사실 아직 첫 씬이 끝나고 다음 화가 나오지 않은 시점이라 확신은 못하겠지만 말이죠.

'관계가 진전되며 자연스럽게 나오는 장면' 정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라는 게 제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따라서 이런 장면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습니다.



…쓰다보니 벌써 4천 자가 다 되어가는군요.
그러니 리뷰도 슬슬 여기서 줄일까 합니다.

꽤 마음에 들었던 소설이라 자기 글 쓰기도 바쁜 주제에 충동적으로 이렇게 리뷰를 써봤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지라 이 글이 무슨 영향이 있겠냐마는 말이지요.

개인적으로 꽤 롱런했으면 좋겠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만약 관심이 생기셨다면 얼른 찾아가서 추천과 선작으로 혼내주십시오.

이런 작품이 인기가 많아야 또 비슷한 게 나올 거 아닙니까.

그러면 힘차게 외치고 정말 마무리를 짓도록 합시다.

오, 이예르, 이예르폴!



p.s. 스크롤을 올리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한 재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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